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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뉴욕타임스 161회 _ 김명호 석궁사건.
DayWalker
2012. 2. 21. 16:47
영화 "부러진화살"이 300만을 돌파하며 "도가니"에 이어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사법부를 고발하는 영화로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출연하였다.
"석궁테러 사건"은 김명호 전교수가 판사의 판결에 불만을 품고 석궁을 들고
판사를 찾아가 위협,몸싸움을 벌인 일이다.
당시 사법부는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고 판사을 향해 석궁을 발사하여 위해를 가한
사법권에 대한 심각한 테러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재판이 진행, 4년형이 대법원 확정되고 형까지 다 살고 나왔다.
그런데, 영화가 흥행하면서 다시한번 국민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것이다.
김명호 전 교수는(이하 교수) 30분 가까이를 법원의 당시 판결이 위법적이고,
이치에 맞지 않음을 계속 설명한다. 유죄를 입증할 증거들이 전부 조작되거나
심각하게 훼손되었기에 법에 따라 자신은 무죄를 역설한다.
설사 누군가 살인을 했을지라도 그 살인을 입증할 증거가 온전히 존재하지 않고,
검찰이 유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법치주의에 입각하여 무죄임을 강조한다.
괘씸죄라는 것은 법에 없는 조항이다. 법대로 하자!!!
를 강하게 주장한다.
철저한 원칙과 절차,법치를 주장하는 참(?)보수주의자 구나 정도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영화나 미드 수사물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생각이 났다.
정황적,심증적으로 죄가 확실히 있는 사람이지만, 수사관이 실수로 증거가 훼손되고 결국은 증거불충분.
범죄 용의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걸어서 나가는 장면, 씁쓸하고 한켠 분한 장면이지만
그것이 법치주의라는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법원이 ,판사들이 자신들의 권위에 감히 도전하고, 위해를 가한 김명호 교수를 어떻게든 벌하기 위해서
재판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위법까지 감수하면서까지 그에게 유죄를 내렸다는
그 부분은 충분히 문제를 삼을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까지는 딱히 이견이 없는 부분이다.
석궁관련은 분명 무죄가 나오는게 이치에 맞는거 같다.
그러나 석궁을 들고 가서 몸싸움을 벌인것이 정당화 되는건 아니지 않나? 라는 질문에
" 자신에게 부과한 피의내용은 결국은 입증을 하지 못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무죄"
라고 말한다.
철저한 법치주의....
한켠 씁쓸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법원이 꽤씸죄를 적용하여 적법한 절차를 어긴건 위법이고,
판결에 불만을 가지고 꽤씸죄를 적용, 석궁들고 그를 찾아가 불법적으로 위협,위해를 가한건 정당,무죄 ???
후반부 그의 발언들이 점점 이상해져 간다.
"나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목아지를 꺽어버리고 싶다.
정봉주사건을 보고 화가 났다. 재판권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이 정봉주에게 무죄를 내렸으므로
판사는 당연히 무죄를 내렸어야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억울한가? 하는 질문에는
"나는 억울하지 않다. 그냥 분한거 뿐이고, 단지 저쪽세력과 싸운것 뿐이고 내가 약해서 억류된거 뿐이다."
법치를 말하면서, 내가 인정하지 못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슬슬 이상해진다.
과실치상,협박죄를 인정하는가? 법적으로 무죄일지라도 일단 판사를 위협한건 사실아닌가? 하는 질문에.
"절대로 인정안한다. 국민을 계몽시켜야 한다." 라고 말한다.
"헌법에 국민에게 주권이 있기에, 법원은 여론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 국민이 법원의 재판권을 회수 해야 한다." !!??
얼라?... 이게 지금 법치주의를 외치며 사법부의 부당함을 말하는 그사람이 맞나?
뭔가 굉장히 모순된 단어들의 연결이고, 논리가 뭔가 이상하다.
그가 주장하는 여론재판으로 말하자면, 당시 사법권에 도전을하고 판사에게 석궁으로 테러를 가한 정황속에
여론은(그것이 선동되었던 어떻든) 굉장히 유죄처벌 목소리가 높았다.
그렇다면 법 절차,증거가 어떻고 간에 그냥 바로 유죄 가능. 법원의 형집행이 정당한것 아닌가?
여론재판을 말하고 국민을 계몽시켜야 한다는 말은,
법을 무시하고 법위에 군림하는 독재자 한테서나 나올 말이다.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사법부를 지적하는 자가.
법보다 여론이 중요하고, 그 여론은 조정될수 있고, 계몽,선동 해야 한다니
이 무슨 괴기스러운 논리인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법으로 유죄가 확정되지만 않는 다면,
나랑 생각이 틀린 사람은 모가지 꺽어버리겠다고 겁주고,
내 맘에 안드는 사람은 석궁들고 다니면서 위협을 가하고 몸싸움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
너무나 위험한 사람이 아닌가?
나아가 헌법은 그 자체에도 서로 부딪혀 모순되는 부분이 있어서 해석하기 나름인데,
그걸 자기에게 유리한 구절만 구부려 적용한다.
재판의 법치를 주장하면서 국민여론을 법위에 가져다 놓고, 계몽이라는 말을 써서
그 여론위에 자신의 생각을 올려 놓는다. 주장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결국,법은 아무것도 아니고, 여론의 조성,계몽,설득..선동..이 최상위?
그가 싸워온건 법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싸움이 아니라,
어느쪽이 더 자신들의 생각을 국민에게 많이 주입,계몽시키냐 하는 싸움을 해 왔다는 이야기가 되는건가?
그가 억울하지 않고 다만 분하다는 말이 이걸 말하는 것이였나?
사법부만 법위에 있는줄 알았는데, 이 분도 법위에 있었다. 더 높은곳에...
그리고 자신의 말은 이의제기나 반론이 아닌 "사실", "지적"이라고 말하는 자신만만함...
그의 후반부 말을 듣고 있자니, 순간 소름이 돋으면서
히틀러와 괴벨스.극우파 독재자가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 이 사건이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상당부분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를 하나,
그외 부분은 동의하기 힘들다. 교수님이 좋아지진 않을거 같다.
교수님의 독특한 캐릭터와 이 석궁사건이 서로 상쇄효과가 일어나서. 교수님에 대한 반감 여론이
석궁사건에서 법원의 편을 들고 싶어할 수도 있다. 이건 분리해서 다루어야 할 것 같다.
교수님의 사례가 사법부의 부당함을 공격하는데 사용된다는게 아이러니다. 역공을 받기가 쉬워보인다."
라는 김어준의 정리멘트. 인상 깊었다.
필자 역시 석궁사건에 있어 법원의 부당해 보이는 재판과정과
괘씸죄를 적용해서 형을 살게 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김명호 교수라는 사람을 지지할 것인가 묻는다면 선뜻 말하기 힘들것 같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꽤씸죄나 적용하는 옹졸한 판사와는 그 급을 달리하고
부당한 판사보다 도리어 더 사회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인물처럼 느껴졌다.
총든 사람이 칼든 사람에게 틀려먹었다고,위험하다고 고발하는 격이 아닌가?
김명호 교수의 마지막 발언 후 나온 관객의 박수에
"박수칠 일이 아니다."
라는 김어준의 말...여운이 길게 남았다.